한미 관계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
관훈클럽 한미관계 연설
2005년 12월 7일 수요일 오전 7시 30분 한국 프레스센터
박 총무님, 따뜻한 소개의 말씀 감사합니다. 한국에서 근무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하며, 특히 한국의 지식인, 언론 지도자 여러분과 자리를 함께 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서울과 모스크바는 거리상 상당히 먼 곳입니다. 워싱턴과도 멀고, 브뤼셀에서도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사실 서울은 과거 제 어떤 부임지에서도 수 천 마일 떨어져 있습니다. 이처럼 아시아가 생소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놀랍습니다. 비록 아직 아무도 제 이름을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지 확실히 알지 못하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별로 새로운 일도 아닌 것이, 저는 지난 수년간 많은 미국사람들조차 제 이름을 제대로 사용하거나 발음하지 못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브시바오’로 부르던 ‘버시바우’로 부르던 한국민들은 어디서나 저와 제 아내를 환대해 주었습니다.
주한 미국 대사로서 보낸 처음 몇 주는 정말 놀라웠습니다. 영광스럽게도 한국에 도착한지 채 하루도 되지 않아 노무현 대통령께 신임장을 제출할 수 있었습니다. 그 후, 부시 대통령과 라이스 국무장관은 부산 APEC 회의와 경주에서 열린 제 5차 정상회담에 참가하기 위해 방한하여 상당히 성공적으로 일정을 마쳤습니다. 서울 에어 쇼 뿐만 아니라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 럼스펠드 국방장관의 방한 역시 잊을 수 없습니다. 물론 로큰롤 연주자로 데뷔하게 된 것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처음 몇 주간의 경험을 통해 저는 진심으로 한미관계의 미래에 대해 낙관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전쟁이 한창일 때 한미 동맹이 맺어진 후 50여 년이 흘렀습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엄청난 변화가 있었습니다. 1953년 당시 한국은 극빈국 중 하나였으며, 정치, 경제적 미래가 불확실한 전쟁 폐허국이었습니다. 당시 일인당 국민소득은 67 달러였으며, 외국에서 1억 9천 4백만 달러의 경제 원조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은 세계 11대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였습니다. 일인당 국민소득은 14,000달러를 넘어섰으며, 2004년에는 해외개발원조금으로 4억 2천 3백만 달러를 제공하였습니다. 한 때 미국의 수혜국이었던 한국은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를 입은 지역에 3천만 달러의 지원금을 보냈으며, 이에 대해 미국민들은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외국군이 한국을 방위하기 위해 애썼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한국군이 이라크에 파병되어 이라크 안정과 재건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으며 이라크 국민들이 평화와 민주주의를 이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한국의 정치적 변화 역시 인상적이었습니다. 한 세대도 지나지 않아 한국은 군사독재국가에서 민주주의를 희망하는 전 세계 여러 국가의 모범이 되었습니다. 미국은 한국의 성장을 지원해 온 것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우리는 한국이 주요 시장경제국가이자 역동하는 민주주의 국가로서의 지위에 걸맞게 세계무대에서 점차 두드러진 역할을 담당하기를 기대하며, 이제 그에 따라 한미동맹을 재조정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미국은 앞으로도 한미동맹을 소중히 생각하며 한국 방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동시에 우리는 한미 동맹이 더욱 균형 있는 책임 분담과 현 상황을 반영할 수 있도록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우리는 한미동맹의 임무를 동북아시아 전 지역의 안정 증진으로까지 넓히고 있습니다. 이로써 한미 동맹이 굳건하고 효과적이며 21세기 안보환경에 적합하도록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한국정부와 긴밀한 협의 하에 한국전쟁 이후 가장 중요한 주한미군 개편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주둔군을 통합하여 용산기지 등 가능한 많은 기지를 한국민에게 반환하고 더욱 많은 임무와 권한을 한국군에 이양할 계획입니다. 동시에 향후 몇 년간110억 달러를 투자하여 주한미군의 능력을 향상시키고 한반도나 주변지역의 어떠한 비상사태에도 대처할 능력을 유지할 것입니다.
우리는 다른 분야의 한미관계도 현대화할 방법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비록 우리의 방위 동맹이 한미관계의 기본 핵심을 이루고 있지만 오늘날 한미관계는 단순히 한반도 군사 공격을 억지하는 것 이상으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경주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발표했듯이 우리는 조만간 전략대화를 출범시켜 더욱 장기적인 전략적 견해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입니다.
한미 간 협력은 대테러전에서부터 결핵이나 에이즈 퇴치에 이르기까지 지역적이고 세계적인 현안으로 확대됩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 오늘날 우리는 한반도에 위협을 가하는 북핵 위기를 해결하고자 6자회담 틀 안에서 협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지난 6월 북한이 핵 폐기를 약속한 공동성명으로 힘을 얻었으나 최근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북한에게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미국은 미국 법에 따라 취해진 경제제재를 놓고 협상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한 제재조치를 야기한 북한의 행동들, 즉 위험한 군사 기술 수출, 마약 밀매, 돈 세탁, 달러 위조, 기타 불법 행위들을 중단하는 것은 북한에게 달려 있습니다. 미국법 집행이 6자 회담의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6자 회담의 나머지 5개 참가국들-중국, 러시아, 일본, 한국 그리고 미국-은 회담의 핵심 사안인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용납될 수 없으며, 신속하고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폐기되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또한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할 때, 스스로 자초한 고립의 상태를 끝내고 국제 사회로 진입하는 길이 열린다는 믿음도 같이 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많은 경제, 사회적 문제를 안고 있고 핵무기 추구로는 이들 문제 중 어느 하나도 해결할 수 없을 것입니다.
덧붙여, 미국은 남북 간 교류를 지지합니다. 한국의 노력이 결실을 거둬 북한 주민의 삶을 향상시키고 북한에서 진정한 경제, 정치 개혁을 유도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내일부터 서울에서 개최되는 북한 인권 국제대회 (‘서울 써밋’)는 그러한 개혁을 유도할 방안을 강구할 좋은 기회이며, ‘진보’던 ‘보수’던 관심 있는 분들은 모두 참석해 주시기 바랍니다.
더 나아가서 우리는 남북한 통일이라는 목표도 지지합니다. 바라건대 한국인들이 열심히 일궈온 삶의 방식이 한반도 전체로 퍼져 나갔으면 합니다. 이 삶의 방식은 여러 소중한 가치를 담고 있고, 이것은 미국민들과 한국민들이 시간이 갈수록 굳건히 공유하는 가치들입니다. 미국과 한국은 민주 정부, 자유 무역, 시장 경제, 개인의 권리와 자유에 대한 신념을 공유합니다. 우리는 또한 정부 차원의 교류를 뒷받침하는 양국민간의 긴밀한 유대관계로 묶여 있습니다.
양국 간 교역이 720억 달러에 육박해 한국은 미국의 7대 교역국, 미국은 한국의 2대 교역국입니다. 또 미국은 작년 한해 한국에 330억 달러를 투자한 한국의 최대 투자국입니다. 현대가 최근에 앨라배마에 자동차 조립공장을 신설한 예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에 대한 한국의 투자도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 제 임기 중에 이루고 싶은 소망이기도 한 자유 무역 협정이 향후 양국 간에 체결한다면, 이런 양방향 투자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인적 교류를 반영하는 수치들은 더욱 인상적입니다. 현재 미국에는 약 2백만 명의 한국계 미국인이 있는데, 이는 다시 말해 미국인 140명 중 한명에 해당합니다. 미국 유수의 대학을 가보시면, 이 수치는 더욱 놀랍습니다. 한국은 미국에 세 번째로 많은 유학생을 보내는 국가이고, 작년 한 해만 65,000 건의 학생 비자가 발급되었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미국과 한국은 공동의 적과 맞서면서 50년 전에 처음 동맹관계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양국 관계는 더욱 깊어지고 또 넓어졌습니다. 지금은 그저 공동의 적에 맞서는 동맹관계가 아니라, 점점 많은 가치를 공유하는 관계로 성장했고 이들 가치가 우리 양국을 중요한 동맹관계에서 친구간의 진정한 동반자 관계로 이끌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 계신 많은 분들께서는 과거 수십 년 동안 한국이 역동적 민주주의와 번영하는 시장 경제로 변모하는 것을 목격하셨을 것입니다. 언론인이신 여러분들은 이를 관찰하는 것에서 나아가 그 과정 속에서 일익을 담당하셨습니다. 제가 구소련에서 일한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언론의 자유는 정부, 기업, 일반 시민, 심지어 해당국 주재 외교관의 책임을 강화하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역할을 합니다.
이제, 여러분의 질문을 받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