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설문과 녹취록
한미 경제 관계, 십년의 성장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미국대사
고려대학교 글로벌 MBA 과정
2007년 11월 28일 서울
김진배 교수님, 장하성 교수님, 따뜻한 소개 말씀 감사합니다. 또한 오늘 저녁 이 자리에 초대해 주신 고려대학교 글로벌 MBA 프로그램 측에도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오늘밤 저는 여러분과 한미 경제 관계, 특히 이 관계가 1997년 금융위기 이후 얼마나 발전하고 성장하였는지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자 합니다.
지속적인 협력관계
한미 관계를 생각할때 많은 사람들은 양국간 방위 동맹과 이 지역 평화와 안정을 증진하려는 공통의 노력을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양국간 협력관계의 중요한 기둥이라 할 수 있는 경제 관계는 간과하고는 합니다. 반세기만에 가난했던 국가를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으로 끌어올린 ‘한강의 기적’은 한국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바로 한국 정부의 타당한 정책 결정과 한국민의 희생을 바탕으로 말입니다. 하지만 미국도 중요한 지원자 역할을 하게 되어 기뻤습니다. 오늘날 서울에서 보게 되는 번영을 위해 적합한 풍토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동맹의 목표 중 하나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지원은 여러 형태로 이루어졌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미국은 물론 한국의 가장 큰 경제 지원국이었고, 오늘날에도 미국의 많은 개발 전문가들이 한국의 경우를 해외 지원이 경제 개발을 촉진하는데 얼마나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최상의 실례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은 한국의 세계 경제 참여를 지원한 세계은행,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 – 세계무역기구(WTO)의 전신 – 등과 같은 세계 기관에서도 지도적 입장에 있었습니다. 미국 유수의 기업들이 수십년간 이곳 한국에서 사업을 하고 돈을 버는 한편 그 과정에서 한국 경제의 기량과 기술력도 끌어올렸습니다.
마지막으로 교역도 있었습니다. 우리 미국인들은 역사적으로 미국 시장이 한국 수출품에 가장 개방적이었고, 많은 한국 기업들이 미국 소비자들에게 우수한 제품을 공급하면서 세계 일류의 경쟁업체로 성장할 수 있었다는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수십년간 미국은 한국의 가장 중요한 수출 시장이었습니다. 최근 몇년간 한국의 대미(對美)수출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가운데 한국의 대중(對中)수출은 더욱 급격히 증가하여 이제는 중국이 한국의 가장 큰 수출 시장이 되었습니다. 지리적 접근성과 관련 시설 수출을 촉진하는 한국의 대중투자로 인해 이는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은 세계 경쟁력에 있어 미국만큼 중요한 시장은 없다고 계속 제게 말합니다. 저는 더 많은 미국 기업들이 – 특히 기술과 정보통신 분야에서 – 그들에게도 한국 시장이 가장 중요한 세계 시장 중 하나라는 점을 알게 되어 기쁩니다.
양국간 경제 관계는 장기적으로 교역 확대, 투자 증가, 번영 증대라는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저는 교역과 자유화와 관련하여 마찰이 있었다는 점을 부인하지는 않겠습니다. 미국이 한국산 제품에 대한 시장 개방을 정당화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미국 시민들에게 미국산 제품 역시 한국 시장에서 공정한 접근성을 누리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부 주요 부문에서 한국 정부는 수입품을 공정하게 취급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았고 이는 농산품, 지적 재산, 자동차 등과 같은 특수한 교역 문제에 관한 협상으로 이어져 많은 이목을 끌기도 했습니다. 이는 중요한 문제들이며, 우리가 도달한 해결책은 미국 제품에 공정한 접근성을 보장하고 한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분쟁이 언론으로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을지는 모르나 실은 양국간 작은 교역 및 투자 마찰에 불과했습니다. 상대국과 고도로 발전된 교역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일 경우 그와 같은 어느 정도의 마찰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시아 금융 위기 대처
이것이 지난 수십년간 한미 경제의 기본 틀이었으며, 이는 한국 경제의 지속적 성장, 한미간 교역 및 투자 증가, 세계 경제에서 증가하는 한국의 역할이라는 세가지 핵심 가정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10년 전 이러한 가정에 도전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1997년 말 이곳 한국에서 위기의 수준까지 이른 아시아 금융 위기 말입니다.
그 때는 한국에게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저는 많은 한국인들이 그 시기를 가리켜 ‘IMF 위기’라고 부르며 당시 ‘IMF’는 ‘나는 해고됐다(I am fired)’는 뜻한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금융 위기 당시 시작된 중요한 구조적 변화들은 유례없는 한국의 번영으로 이어졌고 한국이 고소득, 고기술을 가진 발전된 경제로 변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10년이 지나 이제 우리는 그 때를 역사적 관점으로 뒤돌아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1997년 아시아 국가들이 여러가지 경제적 도전과 위기에 직면해 있는 동안 이곳 한국에서 나타난 문제의 핵심은 기업 부문의 지나치게 빠른 확장이었습니다. 한국 금융기관들은 국제 시장에서 단기로 돈을 끌어와 이미 팽창해 있는 재벌에 장기로 빌려주었습니다.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국제 은행들은 점차 단기 금융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했고 상환기간 연장을 미루면서 실제로 한국 경제 전반의 금융 붕괴 가능성이 생겼습니다. 이로 인해 한국 정부는 단기 대외 채무를 외환 보유고에서 상환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한국의 외환 보유고는 위험한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이는 한국처럼 무역에 의존하고 있는 국가에게는 심각한 문제가 됩니다.
이 시기에 한국의 실질적인 파산 가능성이 미국 및 서방선진 7개국(G-7)에게 분명히 다가왔습니다. 미국은 이로 인해 동맹국인 한국이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또한 1997년에도 한국은 세계 경제의 중요한 일원이었기 때문에 이는 세계 금융 체계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었습니다. 미국에게 한국 경제의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경제의 최우선 순위가 되었습니다.
어떻게 노력했을까요? 우리는 우선 한국에 자금을 빌려준 외국 은행들이 한국의 외환 보유고를 고갈시키고 있는 단기 채무의 상환기간을 연장해주도록 설득하였습니다. 향후 한국 경제가 낙관적이라는 장기 전망을 가리키며 금융 위기는 근본적인 문제가 아닌 단기간의 어려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궁극적으로 우리는 일부 은행들이 상환기간을 연장하도록 설득하여 많은 한국 기업들의 채무 불이행을 막았습니다. 채무 불이행이 일어날 경우 경제 상황은 훨씬 더 악화되었을 것이며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을 벌인 국가는 미국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문제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던 G-7 회원국들도 긴밀히 협력하였습니다. 하지만 1997년 12월 문제가 눈덩이처럼 커졌을 때 상황 악화를 막고자 세계 유수의 금융 기관들을 설득하는데 미국만큼 적극적으로 나선 국가는 없었다고 말씀드리는 편이 옳을 것입니다.
우리는 또한 IMF와 긴밀히 협력하여 종합적인 구제금융을 마련하였습니다. 580억달러의 구제 금융은 IMF가 회원국에게 제공한 최대 규모였습니다. 구제 금융의 목표는 두가지였습니다. 먼저 한국 경제의 유동성을 회복하는 한편 IMF 자금 지급을 촉진함으로써 외화를 제공하여 한국이 필요한 재정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IMF 구제 금융은 더욱 광범위한 상징적인 목표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금융 위기를 해결하고 비슷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한국이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세계 경제에 보여주는 것 말입니다. 이는 기업 부문의 위기로 이어진 관행들을 바꾸고, 특히 기업의 투명성과 금융 기관 구조조정을 위한 개혁안을 실행하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그러한 개혁안과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과도기 비용에 관한 광범위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논의에서 잊혀진 것은 한국 정부가 1998년 당시 향후 비슷한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경제 개혁에 대해 진지했다는 점을 세계 시장에 조속히 그리고 단호히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마지막으로 상황을 진정시키려는 미국의 노력은 자금을 빌려준 상업은행과 국제 금융 기관에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IMF 구제 금융이 상황 해결에 여의치 않을 경우를 대비하여 미국은 다른 7개국과 비상 자금을 마련하여 추가적으로 금융 안보를 유지하기 위한 ‘제2 방어선’으로 사용할 것을 약속하였습니다. 다행히 한국은 이 자금을 끌어올 필요는 없었습니다만 – 따라서 이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 ‘제2 방어선’은 신뢰를 회복하는데 굉장히 중요했습니다. 이러한 ‘제2방어선’에 대한 미국의 의지는 수십억 달러의 가치에 해당하였습니다.
한국 경제의 재도약
금융 위기 이후의 과정은 한국 경제의 장기 전망에 대해 미국이 가지고 있던 믿음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미국 전문가들은 한국민의 회생능력, 자기희생, 단결된 모습에 놀랐습니다. 우리는 수천명의 한국인들이 추운 날씨 속에서도 소중한 물건과 가보를 기증하기 위해 몇 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기억합니다. 한국의 기업 및 금융 부문의 대대적인 개혁, 그리고 금융 규제와 기업 지배구조 부문에서 실행된 개선안도 마찬가지로 인상적이었습니다. 1998년 한해 극적인 불황을 겪은 후 한국 경제는 1999년 다시 10% 이상의 성장을 달성하였으며 이후 매년 플러스 성장을 기록하였습니다. 2000년 8월 한국은 계획보다 3년이나 앞서 IMF 자금을 상환할 수 있었습니다. 금융 위기 이후 소득은 꾸준히 늘어 심지어 세배까지 증가하기도 하였으며 한국의 외환 보유고는 현재 2천 6백억달러로 세계 4번째 규모입니다.
10년이 지난 오늘날 한국을 돌아보면, 금융 위기와 그 여파는 힘든 변화였지만 선진 경제에 적합한 정책을 마련하고 시행하는 과정에서 한국은 분명 과거 어느 때보다 더욱 건실해졌습니다. 한국 기업들은 모든 것을 다 해보기 보다는 잘 할 수 없는 사업에서 손을 떼고 다른 경쟁력있는 사업이 사용할 수 있도록 금융 및 인적 자원을 풀었습니다. 경영 상태가 좋은 기업들은 꾸준히 성장하였고 국제 시장에서 입지를 넓혔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은 자국 시장을 더욱 개방하여 소비자 후생을 높이고 신기술과 서비스를 도입하였으며 국내 기업을 위한 경쟁도 촉진하였습니다. 외부에 덜 띄긴 해도 금융 규제 역시 더욱 강력하고 투명해져서 한국 경제가 중간 수준의 역동적인 경제에서 세계 기술 중심지 중 하나로 변화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난제들은 아직 남아있지만 한국은 10년전 금융 혼란을 겪은 모든 국가들 가운데 아마 가장 우수한 학생일 것입니다.
한국이 10년전 금융위기에서 벗어나 도약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두번째 한강의 기적’이라는 말이 전혀 과장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성숙해지는 한미 경제 관계
금융위기 이후 한국이 시행한 개혁조치들은 주로 한국을 더욱 건실하게 만들고자 한 것이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그러한 정책의 부차적 결과로 미국과의 교역 관계가 전반적으로 원활해졌다는 것입니다.
이는 여러가지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났습니다. 예를 들어 지적 재산에서 한국은 이제 판권을 소유한 영화와 음악의 주요 수출국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특허권과 상표권의 중요한 생산자가 되었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자국의 지적재산권 관련법이 변화하는 기술 환경에 발맞추어 완전히 시행될 수 있도록 한국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지적 재산은 한미 교역 관계의 문제 분야에서 점차 합의가 이루어지고 양국이 지역적, 다각적으로 긴밀히 협조하는 부분으로 발전하였습니다.
마찬가지로 한국 정책입안자들이 금융시장을 강화하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보다 혁신적인 투자 상품을 보유한 더 많은 기업을 한국 시장에 참여시키려고 한 그들의 목표는 점점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한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미국 금융 서비스 업체들의 요구와 맞아 떨어졌습니다. 따라서 금융 서비스 분야에서 시장 접근성과 규제로 인한 장애는 전반적으로 양국간에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한국은 통신 규정, 기업 지배구조, 행정 절차를 개혁하여 이러한 각각의 조치를 통해 한국 시장을 더욱 개방되고, 투명하며 정교하게 만들었습니다. 좀 더 개괄적으로 말씀드리면 우리는 국제 기준을 채택하고, 가장 모범적인 국제 사례를 적용하고, 경쟁 – 심지어 외국 업체와의 경쟁일지라도 –을 촉진하는 것이 경제 경쟁력을 키운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 한국이 잘 준비되어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목격된 또다른 변화는 하나의 시장으로서 뿐만 아니라 국제적 경영의 필수적 일부로서 한국에 투자하려는 미국 기업들의 열망이 커졌다는 사실입니다. 오랫동안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한국의 투자 유치 의지를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이것이 한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여전히 만족할 수준에 이르지 못하는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이뤄진 개혁조치는 한국 정부가 외국인 투자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혜택을 잘 파악하고 있음을 보여주었고 저는 한국민들 역시 이러한 혜택을 깨닫기 시작했다고 생각합니다.
제네럴 모터스(GM)의 경험은 훌륭한 실례가 됩니다. 외환 위기 당시 대우자동차가 파산한 후 제네럴 모터스는 대우자동차를 인수해 GM 대우를 설립했습니다. 현재 GM대우는 한국에서 현대/기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자동차 제조업체입니다. GM 대우는 대우자동차의 모든 직원을 그대로 승계했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금융위기 때 대우가 해고한 1600명의 직원을 복직시켰습니다. 그리고 현재 GM대우는 디트로이트에 있는 GM 본사에 의해 GM의 ‘글로벌 경•소형차 개발 프로그램’의 기지로 지정되어 수십억 달러의 신규 투자 및 시설 지원을 받음으로써 혼자 힘으로 힘들게 버티던 대우자동차였다면 결코 가능하지 못했을 세계로 나아갈 기회를 열었습니다.
또한 한국 거리 곳곳에 있는 스타벅스와 시티은행에서 3M과 같은 지방에 위치한 제조업체 공장, 텍사스 인스트루먼츠나 구글 같은 기술업체의 연구개발 시설에 이르기까지 이외에도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미국 투자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투자가 한쪽 방향으로만 흐르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삼성, 현대, 기아와 같은 수많은 유수 한국 업체들 역시 미국에 주요 투자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한미FTA 협상 및 타결
한미 양국간 자유무역협정, 즉 KORUS FTA는 무역 및 경제 정책 문제에 대한 양국의 시각이 점점 일치함에 따라 타결될 수 있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양국간 무역 및 투자 마찰은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세계무역기구나 APEC 포럼과 같은 다자 및 지역 포럼에서 한미 양국이 무역 및 투자 문제에 있어 같은 쪽에 서는 경우가 점점 많아졌습니다. 또한 양국은 생각이 맞는 무역 파트너와의 다자간 협정을 뛰어넘는 야심찬 양자간 FTA를 추구했습니다.
한미 양국은 각기 새로운 FTA 파트너를 모색하던 중 양국이 가진 기본적 접근법이 동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기본적 접근법이란 바로 무역 확대가 양국 모두에 이익을 가져다주며 높은 수준의 광범위한 FTA를 통해 최대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2005년 의회에서 논의가 이뤄졌고 이는 2006년 양국간 FTA 협상 개시, 그리고 올해 6월 30일 FTA 서명으로 이어졌습니다. 따라서 한미FTA가 갑자기 이뤄진 것이 아니라 거의 10년간 발전해 온 양국간 경제 관계의 긍정적 흐름의 당연한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미FTA는 이미 폭넓게 논의되고 있으며 따라서 저는 오늘 가장 핵심적인 몇 가지 부분만 언급하려고 합니다. 우선 한미FTA는 한해 총 700억 달러가 넘는 양국간 무역량을 봤을 때 엄청난 규모의 협정입니다. 한미FTA는 한국이 지금까지 협상한 FTA 중 가장 규모가 크며, 미국으로서는 15년 전 멕시코, 캐나다와 맺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이후 가장 큰 규모의 FTA입니다.
둘째, 한미FTA는 협상이 포괄하는 내용에 있어 매우 야심찬 협정입니다. 발효 후 3년 이내에 양국간 거래되는 공산품 관세의 94%가 철폐됩니다. 또한 좀 더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농산물 교역 관세도 사라질 것입니다. 한미 FTA는 또한 무역과 투자 모두에 있어 새로운 경제 분야에 대한 서비스 개방도 가져올 것입니다. 지적재산, 경쟁 정책, 정부 조달과 같은 부분에서 공정한 규칙이 마련될 것입니다.
셋째, 한미FTA는 매우 큰 경제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곳 한국에서 여러 국가 정책연구소가 내놓은 예상치에 따르면 한미FTA 발효 후 향후 10년간 한국의 GDP가 6 %포인트 상승하고, 34만개의 일자리가 추가로 창출되며, 외국인 투자가 매해 20-30억 달러 증가할 것이라고 합니다. 미국 국제통상위원회는 한미FTA로 인해 미국 GDP가 매년 100-120억 달러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는 지난 5년간 미국이 협상한 FTA 중 예상되는 파급 효과가 가장 큰 것입니다. 과거 경험에서 보듯이 FTA 경제 효과에 대한 초기 예상치는 대개 실제 경제 효과보다 낮기 마련입니다. 이는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 외국 서비스 업체에 대한 시장 개방 확대와 같은 규제 변화가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고려되지 않고 관세 철폐에 따른 직접적이고 측량가능한 효과에 주로 초점이 맞춰지기 때문입니다.
넷째, 한미FTA는 훨씬 폭넓은 지역적, 세계적 효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미국 시장 접근에 있어 한국에 특혜적 지위를 부여함으로써 한미 FTA는 양국이 역내 다른 국가보다 경쟁력을 키우고 타국가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가 되는 것을 막는 데 일조할 것입니다. 양국은 또한 한미FTA가 한국의 다른 주요 교역국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들은 모두 한국과의 FTA 협상을 바라고 있습니다.
여러분 모두가 혜택을 얻게 될 경제적 효과 외에도 한미FTA 과정에서 배울 수 있는 부수적인 교훈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한미FTA는 한미 양국 정부가 계속해서 원활히 협력해 나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미 FTA는 너무 야심찬 협정이며 10개월 안에 결코 협상을 끝내지 못할 것이라고 보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해냈고, 저를 포함해 관계자들이 밤을 지새운 날도 있었지만 한미FTA 협상 과정은 양국이 공유하고 있는 매우 생산적인 업무 추진 관계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협상에서 얻은 또 하나의 중요한 교훈은 국제 경제 정책에 있어 한국이 진정으로 변화했다는 점입니다. 한미FTA 협상이 타결되었을 때 여론 조사 결과 60, 65, 심지어 70%의 한국민이 – 앞으로 겪게 될 모든 변화에도 불구하고 – 협정이 한국에 이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에는 여전히 협정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고 미국에도 (한국만큼 열정적이지는 않아도) 그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강력한 지지율은 한국민 대다수가 무역을 통해 삶이 더욱 풍요로워지고 자신들 뿐만 아니라 자식들에게도 더 많은 경제적 기회가 제공될 것이라는 무역의 혜택을 잘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대부분의 한국민이 국산품을 사는 것이 애국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고려해보면 상당히 놀라운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양국 앞에 놓인 과제는 가능한한 조속히 한미FTA에 대한 의회 비준을 얻어 양국 국민들이 협정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한미FTA를 통해 소비자는 더 저렴한 가격에 더 다양한 상품을 선택하고, 기업은 대기업, 중소기업에 상관없이 모두 더 많은 수출 기회를 얻고, 한미 양국 기업 모두 좀 더 예측가능하고 기업 및 투자 친화적인 규제 환경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 모든 혜택, 그리고 그 이상 것이 양국이 서명하고 이제 비준만을 남겨두고 있는 한미FTA 속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미FTA 비준 절차가 미국보다 한국에서 조금 더 진척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의 경우 한국과의 FTA보다 먼저 체결된 세 개의 FTA가 현재 의회 비준을 기다리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 어느 정도 영향을 주고 있는 듯 합니다. 한국의 노대통령이 내년 2월 25일 퇴임 전에 한미FTA에 대한 국회 비준이 이뤄지길 희망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미 일년 넘게 한미FTA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한국의 상황과 비교해 볼 때 미국에서는 협정에 대한 공개적 논의가 이제 막 시작되고 있습니다. 미국 업계는 한미FTA를 폭넓게 지지하고 있지만 일부 사람들은 협정을 반대하고 있으며,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것은 대체로 이들 반대자들의 목소리입니다. 하지만 현재 보이는 논의 양상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미행정부는 최근 몇 주간 의회 및 일반 대중에 대한 설득 작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달 초 부시 대통령은 한미FTA를 ‘중요한 민주주의 동맹과의 역사적인 협정’이라고 칭했습니다. 저는 미국민이 중요한 동맹과의 이 대규모 무역 협정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될수록 협정이 비준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우리는 가능한 많은 지지표를 바라고 있지만 표결 때에는 과반수 이상의 표만 얻으면 협정이 비준됩니다.
미국에서의 비준 과정에 도움이 되는 것이 국제 과학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시장을 재개방하겠다는 노대통령의 약속을 실천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신속한 조치를 취하는 것입니다. 국제수역사무국이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결정을 내렸을 뿐만 아니라 매년 80만 명에 육박하는 한국인이 미국을 방문하여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있습니다. 따라서 양국이 이 문제를 신속히 해결하여 안전하고 저렴한 미국산 쇠고기가 구매를 원하는 한국 소비자들을 위해 다시 한국 상점에서 판매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는 한국이 국제 기준을 준수하는 분별력있고 공정한 국가임을 보여줄 것이며 한미FTA 비준을 더욱 용이하게 만들 것입니다.
오늘 저는 양국의 경제 관계 및 지난 십년간 이뤄진 양국 경제 관계의 놀라운 발전에 초점을 맞춰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한미FTA가 한미관계에 있어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 유일한 분야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양국 안보동맹은 최근 몇년간 일부 근본적인 변화를 겪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60개 미군기지를 한국 정부로 반환하는 계획의 일부로 이뤄지고 있는 용산 미군기지의 평택 이전입니다. 또한 2012년 전시작전통제권이 한국군에 이양되면 양국 안보동맹은 더욱 강화될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이 21세기 경제적, 정치적, 군사적 리더로서의 한국과 군사적 파트너로서 공유하는 책임을 조화롭게 할뿐만 아니라 한반도 및 더 광범위한 지역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적절한 훈련과 장비로 무장된 연합된 전쟁 억제 세력을 만들어 낼 것입니다.
역내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양국 공동의 노력은 또한 6자회담의 방패 속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6자회담에서 한미 양국은 역내 파트너들과 북한의 핵 위협을 제거하고 국제사회에서의 북한의 고립을 끝내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습니다. 민간 차원에서도 양국간에는 이미 인적 교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한국은 중국, 인도를 포함한 전 세계 국가 중 미국에 가장 많은 유학생을 보내고 있습니다. 양국은 비자 없이 미국 체류가 가능한 비자면제프로그램에 한국이 가입하여 이같은 교류를 확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장 시급한 당면 과제인 한미FTA 비준을 포함해 여러 과제들이 남아 있지만 지난 10년간 한미 경제 관계가 많은 발전을 이룬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만약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누군가가 앞으로 10년 후 한미 양국이 광범위한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여 현재 양국이 누리고 있는 730억 달러 규모의 양자 무역 확대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면 터무니없는 소리로 치부되었을 것입니다.
양국은 동맹으로서 함께 걸어온 길을 통해 오늘날에 이르렀습니다. 양국은 현재 꼭 마주잡은 두 손처럼 미래 번영과 성장의 파트너로서 더욱 강력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한미FTA가 발효되어 양국이 협정 내용을 준수하게 되면 양국 경제 관계는 동등한 두 국가간 파트너쉽으로 완전히 탈바꿈하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놀라운 성과는 훌륭한 경제 건설을 이루고 외환위기라는 도전을 극복한 한국민의 노고 덕분입니다. 또한 이곳 한국에 평화와 번영, 민주주의를 건설하기 위해 지난 수십년간 함께 노력한 양국 역사에도 큰 빚을 지고 있습니다. 저는 한미 양국이 이러한 파트너쉽의 잠재력을 이제 막 충분히 깨닫기 시작했다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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