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설문과 녹취록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비전과 과제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미국대사
외교안보연구원 주최 특별 세미나 연설
서울, 2007년 10월 26일
이주흠 외교안보연구원장님, 이런 중요한 세미나를 주최하시고 저를 연사로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재 외교안보연구원과 같은 단체들이 향후 한반도에 들어설 평화체제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것은 북한 핵문제의 진전을 보여주는 중요한 징후라고 생각합니다.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이 자리에 함께 하게 되어 기쁩니다. 여러분이 짐작하시는 대로 천영우 본부장님에 대해서는 익히 잘 알고 있습니다. 천 본부장님은 6자회담이 다루고 있는 매우 복잡한 문제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지닌 진정한 외교 전문가이십니다. 따라서 천본부장님의 말씀은 평화체제에 대한 한미 양국 정부의 높은 수준의 일치된 견해를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저의 동료인 닝푸쿠이 주한중국대사와도 자리를 함께 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오늘 저는 여러분과 다음의 세 가지 문제에 대해 간략히 논의하고자 합니다.
남북간 관계 진전에 대해 변함없이 지속되어 온 미국 정부의 지지;
평화체제의 진정한 추진을 가능케 할 6자회담의 지속적인 진전의 중요성;
동북아시아의 확대된 안보 환경과 그 속에서 6자회담 참가국이 어떻게 지속적으로 역할을 수행할 것인가에 대한 미국의 견해
하지만 그 전에 거두절미하고 우선 평화체제 논의와 관련해 미국의 입장을 다룬 최근 언론 보도에 다소 혼동의 여지가 있으므로 이 문제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입장을 말씀드릴까 합니다.
우선, 미국의 입장에서는 평화체제의 이른바 직접적인 관련 당사국은 한국, 북한, 미국, 중국, 이렇게 4개국이라 할 수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역시 최근 이러한 입장을 발표하셨습니다. 존 네그로폰테 미 국무부 부장관 역시 며칠 전 워싱턴에서 이 같은 언급을 했습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당사국은 남북한입니다. 하지만 중국과 미국 역시 한반도 분쟁에 관련됐던 만큼 4개국이 평화체제 논의에 참여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평화체제 논의를 시작하는 시점은 먼저 북한 비핵화에 있어 중대한 진전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북한이 기존 핵시설을 불능화하고 모든 핵 프로그램에 대한 완전하고 포괄적인 신고를 끝내고 완전한 비핵화의 길에 들어섰음을 보여줄 때 평화체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평화협정의 체결 및 서명 시기와 관련해서도 북한의 비핵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입니다. 부시 대통령이 시드니에서 언급한 대로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방식으로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을 폐기한 후에야 한국전 종식을 위한 평화협정이 체결될 수 있습니다. 한반도에 핵 위협이 존재하는 상태에서 평화협정을 맺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평화체제 논의 시기와 궁극적인 평화협정의 내용에 관해 한미 양국의 입장이 잘 조정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양국 모두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함으로써 공식적인 종전과 함께 남북한간에 정상적인 국경을 세우는 기본적인 법적 문제를 넘어서는 더욱 폭넓은 접근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양국은 이런 핵심적인 부분 외에도 비무장지대를 사이에 둔 남북간 군사적 긴장을 완화할 군사적 신뢰 구축 조치 또한 항구적인 평화협정에 포함시키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천영우 본부장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평화체제와 관련해 이외에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이 있습니다. 유엔사령부의 향후 처리 문제, 이행 메커니즘 및 이를 수행할 당사국을 다자 혹은 남북한 양자로 할 지에 대한 문제, 예상되는 군사적 조치의 검증, 분쟁 해결 메커니즘 등을 들 수 있습니다. 현상태에서 항구적인 평화체제로의 진정한 전환을 이루려면 이런 문제들을 올바로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난 57년간 지속되어 온 양국의 굳건하고 성공적인 안보동맹 차원에서 남북한 관계 진전에 대한 미국의 지지에 대해 몇 말씀 드리겠습니다. 1950년 6월 예상치 못한 북한의 남침이 발생했을 때 한미 양국과 UN 회원국은 한국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힘을 합쳐 싸웠습니다. 1953년 한미 양국은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이래 힘을 모아 한반도와 역내 평화를 지켜왔습니다. 비록 몇 번의 시련과 고난도 있었지만 비교적 질서있고 평온했던 이 시기는 한국이 오늘날의 정치 및 경제 강국으로 발전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전의 공식적인 종전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한국에는 아직도 2만 8500명의 미군이 주둔해있습니다. 여기 계신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한국에 주둔해 있는 모든 미군은 한반도의 평화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언제든 부름을 받으면 한반도 평화 유지에 일조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향해 나아가는 지금에도 우리는 양국 동맹의 힘과 양국 동맹이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는 이유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의 지속적인 위협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는 남북간 관계 진전 및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일관되게 지지해 왔습니다. 세부적인 역사에 대해서는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들이 저보다 더 잘 알고 계시겠지만 한 가지만 예로 언급하겠습니다. 1975년 9월 헨리 키신저 당시 미 국무부 장관은 유엔 총회 연설에서 한국 정전 협정의 모든 “직접적 관련 당사국”이 참여하는 회담 개최 및 남북한 교차 승인,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을 제안했습니다. 이런 제안을 하게 된 이유는 당시 북한이 계속해서 한국과의 협상을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키신저 장관은 사실상 한국을 위해 나섰고 이 같은 미국의 태도는 이후 들어선 미 행정부에서도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는 1997년 4자회담 개최, 2003년 6자회담 개시와 같은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전반적으로 미국은 금년 8월 15일 광복절 경축 연설에서의 노무현 대통령의 표현을 빌자면 “남북관계를 예측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관계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한국의 노력을 지지해 왔습니다. 지난 30년간의 남북관계 역사는 평화로운 공존에 초점을 맞춰왔으며, 이런 현명한 접근방식은 경제협력 확대 등을 통해 더욱 장려되어야 합니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실현하기 전에는 평화체제의 수립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지만, 우리는 신뢰 구축 조치 및 긴장 완화를 위한 활동을 지지합니다. 아마도 오늘 오후 신뢰 구축 조치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논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를 구축하는 것이 양국의 공동 목표지만 공식적인 평화협상이 시작되기 전이라도 이 같은 목표 달성에 필요한 단계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위해 노력해나가야 합니다. 북한이 구체적인 평화구축 단계를 밟아갈 준비가 되어 있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내온다면 좋을 것입니다.
이제 평화체제 논의로 가는 길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진전 사항이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추어 6자회담의 현상황에 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지난 1년간 많은 성과가 있었습니다. 2/13 합의는 북한과 나머지 5개 참가국이 6자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9/19 공동성명의 이행에 있어 단계적으로 수행해야 할 의무를 분명하게 기술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지원의 대가로 영변의 원자로와 핵시설을 폐쇄하는 비핵화 1단계 조치가 완전히 이행된 것은 고무적입니다.
이제는 2단계의 이행 완료가 주요 사안입니다. 북한은 10/3 합의에서 올해 말까지 영변 핵시설을 불능화하고 모든 핵 프로그램을 신고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최근 영변을 방문한 미국의 핵전문가팀은 조만간 불능화 작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모든 것이 정상궤도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계속해서 정상궤도 상에서 빠르게 일을 진척시켜 북한이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포기하는 비핵화의 마지막 3단계로 나아가야 합니다.
평화체제 논의를 진척시키기 위해 미국은 2단계 조치가 완료된 후에도 비핵화 노력이 지속된다는 확신이 필요합니다. 즉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비핵화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더불어 10/3 합의문에도 명시되어 있듯이 북한은 핵물질, 핵기술, 핵 노하우를 이전해서는 안됩니다.
미국은 비핵화의 진전과 병행하여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해 나아갈 것이란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미국은 북미간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북한측과 만남을 갖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실무그룹 회의가 금주 초 뉴욕에서 있었습니다. 우리는 또한 북한과 비정부 차원의 교류를 늘리고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한마디로, 미국은 6자회담 합의사항이기도 한 북미관계 개선에 대해 진지하게 임하고 있습니다.
“비핵화가 되면 모든것이 가능하다”는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의 말을 기억하실 겁니다.
마지막으로 좀 더 포괄적인 주제인 동북아 평화 안보 문제에 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국가들과 역내 다른 국가들이 처음으로 함께 협력하는 6자회담의 틀은 만들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는 것이 미국 측의 강력한 입장입니다. 9/19 공동성명에 명시된 바와 같이 “6자회담 참가국은 동북아의 안보 협력을 증진하는 방법과 수단을 모색하는 데 동의했습니다.”
러시아를 의장국으로 하는 동북아 평화안보 실무그룹 회담이 이미 두차례 열렸고 지역 안보문제에 대한 공동 접근안의 기초를 세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6자회담의 유산으로서의 항구적인 지역 평화안보 협력 메커니즘의 구축을 목표로 6자회담 참가국 외무장관들이 조만간 만나 이 논의를 더욱 촉진시키기를 바랍니다. 이를 통해 이 자리에서도 뚜렷이 보여지는 협력관계가 더욱 강화될 것입니다.
북한이 이를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북한은 동북아에서 가장 고립된 저개발 국가에서 새로운 국제적, 지역적 합의의 엄연한 일원이자 이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놀라운 진전의 한 구성원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비핵화와 마찬가지로 북한은 스스로 자초하는 고립이 아닌 이웃국가들과의 정상적인 관계를 선택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반도와 동북아에 지속가능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연설을 마칠까 합니다.
우리의 입장은 분명합니다. 부시 대통령이 아시아를 주제로 작년 11월 싱가포르에서 한 연설에서와 같이 “만약 북한이 평화의 길을 선택한다면 미국과 다른 6자회담 참가국들은 체제보장, 경제적 지원, 북한주민을 위한 기타 혜택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한국전쟁을 공식적으로 종식시킬 한반도 평화협정은 새 집의 지붕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 그 지붕을 올릴 단계에 이르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그전에 먼저 신뢰 구축 조치와 북한의 개방 확대라는 기반공사를 끝내고 완전한 비핵화라는 벽을 세워야 합니다. 미국은 조건이 허락하는 한 이 프로젝트를 추진할 의지가 있으며 새로 지어진 건물의 준공식에 우리 모두가 참석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